메아리 저널

IOCCC 수상​

어… 그래서… IOCCC 2012에서 덜컥 수상해 버렸다. 시간이 없어서 옛날에 짠 코드1를 조금 고쳐서 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. 물론 힌트 파일에 드립을 좀 많이 쳐 놓긴 했는데 설마하니 그것 때문에 뽑히지는 않았겠고. 어찌 되었던 이런 어중간하게(?) 꼬여 있는 코드에 상을 준 IOCCC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. 이제 IOCCC에서도 수상한 변태 프로그래머라는 타이틀을 대놓고 쓸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(…).

수상작은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라니 기다려 주시길 바라고, 근년간 IOCCC 수상자 목록을 살펴 보면 전혀 흥미롭지 않게도 아시아쪽 수상자가 상당히 늘었다는 걸 알 수 있다. 다음은 최근 4회 동안의 수상자 대륙 목록이다.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코드로 수상한 적도 있어서(올해에도 한 명 나왔다) 수상작 숫자로 친다.

  • 2005년: 북미 4개, 중남미 1개, 유럽 6개, 동아시아 1개, 국가 불명/익명 2개
  • 2006년: 북미 4개, 중남미 3개, 유럽 5개, 국가 불명 2개
  • 2011년: 북미 6개, 중남미 1개, 유럽 2개, 중동 1개, 동아시아 4개
  • 2012년: 북미 5개, 유럽 2개, 중동 1개, 동아시아 6개

…그리고 2005년 동아시아 수상작은 내가 알기로 역대 최초였는데 이 또한 영어가 어느 정도 공용어화되어 있는 싱가포르쪽 작품이었다. (Yusuke Endoh 님의 지적으로 수정: 첫 동아시아권 수상작은 일본에서 나온 2000/natori였다. 어쨌든 이 시절에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 나긴 했다.) 그러던 것이 2012년으로 가면 전체의 거의 반이 아시아에서 수상하게 된다. 이걸 미루어 볼 때, 우리는 IOCCC가 중단되었던 2006년과 2011년 사이에 동아시아, 특히 일본(작년 3개, 올해 4개 수상)에서 이런 미친 코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. 이거 어째 2004년 경부터 관심을 가졌던 나만 묻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코드 골프나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 쪽을 계속 봐 온 내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온 게 전혀 신기하지가 않다. 오히려 당연한 것 같다.

한 가지 부러운 점은, 저 동네에서는 아예 이거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모여서 워크샵도 진행하고 좀 병신같지만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미 잡혀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. (나는 지난해 FizzBuzz 컨퍼런스 비스무리한 것을 보고 뿜은 적이 있다.) 나는 심심할 때마다 한국어로 이상한 코드나,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나, 코드 골프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는데 그런 게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는 것 같지만 자기가 직접 거기에 참여하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직 드문 것 같다. 이제 IOCCC 입상자도 한 명 나왔는데 한국도 이런 분위기가 잡혀 줬으면 좋으련만(…).


English summary: I’d like to thank IOCCC judges for selecting my entry, which was actually prepared in hurry and I didn’t expect to win. Having said this, I recognize the increasing interest to obfuscated code, code golfing and esoteric programming languages from Japan in recent years. I really hope such interest in my home country, South Korea, too.


  1. 저널을 열심히 봐 왔던 사람이라면 IOCCC 웹사이트에 있는 프로그램 설명만 보고 이게 무슨 코드인지 추측해낼 수 있을 것이다. 그렇다, 그 코드이다! 제출한 코드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긴 한데, 기능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. ↩︎


텀블러를 씁니다.